2018 Jonghanpark
박종한은 며칠 전 그가 페이스북에서 팔로잉하는 지정우 건축학 교수님의 게시글을 통해 흥미로운 전시의 개최 소식을 접한다. 그 이름은 '대학생건축연합회 축제'. 장소는 서울숲, 27일까지.
오늘은 5월 27일, 6월 평가원 모의고사 D-10. 27일? 익숙한 날짜.. 음.. 아! 그 전시가 오늘까지였군.
종한은 어제 저녁 식탁에서 장래 직업을 가지고 아빠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종한은 '경험 디자이너'가 '건축가'의 상위 개념임을 설명하는 자신의 소통 방식의 부족함과 '건축가' 라는 그의 one of 희망 직업에 대한 그의 구상의 막연함을 깨닫게 된다. 저녁 식탁의 대화 역시 그를 이곳으로 이끄는 데 한 몫 했다.
수업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자유전공학부와 전문성에 중심을 둔 5년제 건축학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종한은 삼장법사가 서경에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분당선에 오른다. (야탑역-서울숲역 38분 소요)
(Except where otherwise noticed, CC 4.0 Int'l by Jonghanpark )
주최 측인 UAUS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지도를 보고 열심히 파빌리온을 찾아댕겼는데, 지도에 표시된 랜드마크가 없어 한참을 헤맸다. 아아, 서울숲이 원래 이렇게 넓은 동네였던가. 덕분에 '아이서울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서울숲 컨버전시'에 대해 배웠고, 집 옥상정원에다 데리고 살고픈 풀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냥 예뻐서 사진찍었다.
마침내 제 장소에 도착했다. 놀이 파빌리온은 서울숲 일대 곳곳에 뭉쳐 있었다.
연세대의 'wear'와 중앙대의 'showerball'. 종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작가(건축가)가 의도한 작품과 관객의 소통 방식은 무엇이며, 작가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였다. 연세대 작품을 작가의 의도 그대로 사람들이 몸을 넣고 '옷 입기 놀이'를 하며 즐기는 것이 신기했다. 어르신 아이 할 것 없이 들어가 사진을 찍고 순간을 즐겼다. 합판과 경첩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였다. 중앙대는 샤워를 하는 순간이 혼자만의 소중한 놀이 시간이라고 설명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종한은 이 말에 크게 공감한 듯 했다. 반투명 벽과 천장 버블이 시각적으로 통일감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내 사진과 설명은 친절한 편이 아니니 UAUS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훌륭한 게시글들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업에 참여한 현장 스탭에게 물어보니, UAUS가 공모전을 개최하고, 각 학과에서 최대 16명까지 자발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시회가 꾸려졌다고 한다. UAUS 기획단과 UAUS 가입 학부의 학생들은 평소에 가느다란 연결고리를 유지하다가, 전시회를 개최할 때 활발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에도 적지 않은 파빌리온을 관람하고 체험하였지만, 박종한 눈에는 서울과기대의 'Plug-in, Play-in'만한 작품이 없었다. 대부분의 파빌리온이 지면과 수직인 기둥과 수평인 빔을 사용하여 공간을 채웠지만 이 작품은 그런 단조로움을 부쉈다. 가장 칭찬하는 부분은 놀이 참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 형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레고의 한 시리즈(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 그거 집에 있는데) 같이 생겨 쉽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다. 메인 구조물 주위에서 관객들은 마음대로 조립하고 해체하며 크리에이터가 된다.
청소년이 교육 앞에 적극적이고 자동적일 것을 지향하는 종한의 가치관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귀엽다..
음각 프린트를 사용한 마감도 만족스러웠다.
할 말이 정말 많은데 6모 때문에 쫄리니까 일단 패스.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하나하나 코멘트를 남겨야겠다.
크게 느낀 점 :
1. 건축학부생들이 건축학 수업에서 접하는 '건축의 언어'에 꽤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했다. 놀이공간 건축에 대한 탐구가 부족한 한국에서 자라온 학생들(내 선배님이 될 수도 있는 분들이다)이 경험적 input이 부족해서인지 '건축의 언어'들에 의존한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심사위원에게 어필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건축학이 아닌 교육학을 공부하며 작업에 임했으면 어땠을까?
2. 유아의 보호자들이 아이 안전을 염려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안전에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물론 각 학부 차원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내문들을 자체적으로 설치했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봤을 때, 유아가 인식하기엔 적절하지 않았다. 주제가 놀이이고, 커다란 놀이터의 모듈을 꾸며 놓은 만큼 주최측 차원에서 안전 표지판이나 안전요원의 배치가 있었으면 부모들의 불안이 더 줄지 않을까 싶다.
3. 굉장히 특별한 행사였다. 어쩌면 오직 대학생에게만 허락된 건축 실험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건축과연합회인 UAUS에서 다른 전공 연합회에 먼저 연락을 취해서 간학제적(Interdisciplinary) 혹은 융합적 연구를 해 보면 어떨까? 교육대학, 미디어학부 등 연결고리를 찾자면 수없이 많다. 서울숲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협력을 향한 열정을 수용하기에 넉넉했다. 만약 이미 이뤄졌다면 그 보고서 내용이 정말 궁금하다.
4. UAUS에서 활동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알게 된 팩트 :
주최 측 예산 지원은 제로.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공모전에 나가는 방식이다. 국내 굴지의 건축계 기업이 참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충분한 메리트가 있는듯. 암튼 예산 규모가 학교별로 다르니 시작부터 형식적 평등은 성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