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열렸다. 안 가 볼 수 없지. 한달 전부터 벼르다가 이제서야 미술관을 찾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go.kr) 은 박종한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다. 그는 주로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 내려서 광화문 거리를 쭉 걸어가는데, 이날은 비가 많이 와서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오늘 처음으로 열려있는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 마당에 들어가 보았다.
한국 고건축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감, 졸업, 죽음... 마지막에 대한 생각은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최정화 작가의 '현대차 프로젝트' 2018 <꽃, 숲>


일상의 오브제를 쌓아 꽃을 만드는 작가. 2015년 리움에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기둥'이라고 생각했고, 2016년? 여기 서울관에서 위 작품을 보았을 때는 '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꽃' 이었다. 이들은 쌓아올려진 것이 아니라 '자라난' 것이었다.

관람객이 붐비지 않는 시각에 방문하면 작가가 숲을 만들어 놓았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쁘-이

작가는 '현대차 프로젝트'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 5전시실의 섹션을 두 개로 나눴다. 두번째 섹션의 모습인데 메세지가 너무나 강렬해서 사진으로 전하고 싶지 않다. 최근 읽고 있는 한 경제연구소의 '헬조선'에 대한 보고서랑 겹쳐 보여서 더 와닿았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 평일에는 특정 시간대에 유아 또는 초등 단체를 대상으로, 주말에는 10시 30분부터 유아 동반 가족들을 대상으로 상시 워크숍을 연다. 친구랑 갔으면 분명 나도 어린이인 체 하고 해봤을 거다.

요즘 과학 공부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어차피 자연의 메커니즘에 대해 무지하다. 많이 알수록 복잡하고, 깊이 알수록 어렵다. 인류는 '앎의 체계'인 '학문'을 발명했고 세대를 거듭하여 발전시켰다. 생물학과 교수가 '생명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생물학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땅하다. 박종한 생각에 '앎'의 세계는 무한해서 우리는 완전한 '앎'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무엇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생각하는 사람 스스로의 몫이다.
사랑을 모른다? 예술을 모른다? 학문을 모른다?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오늘은 '예술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주목하며 인스타그램을 위해 미술관에 가는 사람들을 비판하던 박종한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예술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부터는 2018 올해의 작가상이다.
구민자, <하루를 두 번 살 수 있는가? 문명이 자연에 개입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시공간을 넘나든 셔틀콕

정재호, <그 시절, 소년소녀들은 왜 과학기술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나.>

'Research Images' .. 멋진 표현이다.

앞면이 궁금한 사람은 직접 가서 확인할 것.



작가는 '우주 탐험'도, '천재 과학자'가 되는 것이 지금 시대 소년소녀의 꿈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역설적으로 "모든 소년소녀의 꿈이 달나라 여행이었던 시대"가 가진 부자연스러움을 생각한다. (중략) ...즉, 불가능한 것을 꿈꾸던 시대에서 가능한 것을 꿈꾸는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냉철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시 책자

<청춘> 한지에 아크릴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찍은 사진>
자신있게 말하건데, 19세 박종한은 아직 불가능한 것을 꿈꿀 수 있다. 전시를 보면서 이것을 표현하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어떤 일을 벌이는데...)
자신있게 말하건데, 19세 박종한은 아직 불가능한 것을 꿈꿀 수 있다. 전시를 보면서 이것을 표현하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어떤 일을 벌이는데...)
올해의 작가상 작가는 총 4팀이지만 모두 사진을 남겨오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전시에 대한 사진과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다면 (koreanartprize.org) 또는 (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2007년 작고하신 윤형근 작가의 회고전이다.




광화문역 홍보 게시판

2018 <올해의 작가상>에 대하여 :
정은영 작가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최종 선정되었다. 젠더와 세대 갈등을 설명할 수 있는 소재를 잘 포착했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공간을 포함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작가의 꼼꼼함이 묻어났다. 4년째 올해의 작가상을 챙겨보며 느끼는 거지만 조금씩 우리(나라)만의 표현 양식이 정립되는 것 같다. 미적 가치관의 정립이라고 할까? 훌륭한 작품을 보여준 작가들이 나와 같은 세대의 예술가들을 가르치는 데 힘쓴다면 우리 현대 미술의 미래는 분명 밝고 쾌청하다.
그리고 JPQ에 추가할 질문이 생겼다. '시대를 변화시키는 동력은 무엇인가?'
이것은 낭비이다. 나는 대개 사람들이 쓴 비닐봉지를 주워서 쓴다. 에전에 창업 제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입찰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우산을 바람으로 말려주는 드라이어를 선보인 분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도입이 시급하다. 미세 플라스틱 이슈 또한 '시대정신'이 아닌가. 오늘 여러 번 우산을 비닐에 넣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박종한은 지금 '시간'이라는 개념에 꽃혀 있다. 빛과 시간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아인슈타인이 왜 빛의 속도를 상수로 두고 식을 전개했는지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진화에 대해 배우고 매개변수의 미분법을 배우고 가속도와 속도, 가가가가가속도(속도를 시각에 대해 5번 미분한 것) 에 대해 생각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존재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남겨 보았다. 그리고 입고 다니려고 한다.

박종한, 검은색 티셔츠, 의류 염색용 물감과 스프레이 페인트 <섬광>